나의 이야기

[스크랩] 사랑하며 산다는 것

박미현 2013. 5. 7. 23:33



사랑하며 산다는 것 / 조 은 미 워낙 바쁘게도 살았지만 아기자기
여자답게 집안을 꾸미고 가꾸고 하는 것에 별 취미가
없게 살아온 터라
크지는 않지만 앞마당 빈터에 제법 살림살이
알뜰히 하는 아낙이면 그렇게 놀리지 않을 빈 땅을
어머니 돌아가시고 근 10년은 돌아보지도 않다가 올해 무슨 마음으로
빈터를 가꿔볼 마음을 먹고 손바닥만 하지만 내 딴에는 힘들게
밭을 일구고 정성들여 모종을 심어 놓았다.
 
늦바람이 무섭다던가? 남들이 보면 장난감 같은
손바닥만 한 텃밭에 상추 ,쑥갓 ,치커리, 피망 ,고추, 호박
아는 채소는 몇 포기씩 다 심어놓고 이랑 몇 개는
들깨, 아욱씨도 뿌려 놓았다. 아침저녁 궁금하여 나와 보고
올적 갈 적 들여다본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하도 들여다봐서 어떤 놈이
얼마 만큼 자랐는지 눈 감고도 알만큼 눈에 선하다 첫사랑이라 정말 남다른
감회가 솟는 것 같다.
 
지나가다 보면 벌써 상추가
이들이들 윤이 나게 잘 가꿔 놓은 집들도 눈에 뜨인다. 아직 제대로 살는지 죽을는지
가늠도 못할 만큼 어리고 못난 내 새끼들! 그래도 난 내 텃밭의 그 녀석들이 더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사랑을
먹고 크는 것은 매 한가지 인 것 같다. 내가 기르는 식물도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예쁘거늘 내속으로 낳고 기른 새끼는
더 말해 무얼 할까? 때로 온전히 짝사랑의
아픈 가슴이 되기도 하지만 사랑하며 살 가족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일이 벌써 어버이 날인가? 사위가 내일 바빠서 못 온다며
토요일이나 뵙겠다고 용돈을 부쳐왔다. 멀리 사는 며느리는 어버이날 꽃 배달을 시켰다며 용돈도 함께 부친단다. 모두 고맙고 감사하고 대견스럽다.
 
내 자식들의 어미이기도 하지만 내 부모의 자식이기도 한데.... 그러고 보니 나도 그분들의 영원한 짝사랑 이었던 것 같다. 서둘러 시장에 나가
예쁜 카네이션 꽃바구니 하나 사고 봉투에 용돈을 챙겨 전한다. 한집에 모시고 산다고 평소에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사랑하며 산다는 것! 남이 보기는 우습고 보잘 것 없지만
보고 또 봐도 보고 싶고
언제나 궁금하고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고 늘 가슴에 그리움 하나 안고 사는
그런 것 아닐까?
출처 : 시가머무는뜨락
글쓴이 : 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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