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봉숭아꽃

박미현 2010. 7. 17. 18:48

물들인 손톱의 봉숭아물이 많이 흐려졌다. 의래,여름이면 치루는 봉숭아물들이기는 벌써수년간을 해 오고 있다.  여름 방학이면 두딸 아이와 앞 마당가의 봉숭아꽃을 딴다. 봉숭아꽃은 빛깔도 이쁘다.  수줍게 피어있는 연분홍색과 맑은 색을 띠는 흰색이다.  꽃만 따서도 안된다. 잎파리들도 함께 따야한다. 비닐 봉지에 가득 따온 봉숭아꽃을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님께서는 굵은 소금과 백반을 넣고 곱게 찧어 주신다. 둘째 주연이는 벌써 부터 신이나서 얼굴이 함박 웃음이다.  작은 손톱위에 봉숭아물을 들인다. 작년 여름에 우리에겐 커다란 불행이 있었다. 마주오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 우리차와 충돌했다.  차는  폐차다. 사고로인해 남편의 얼굴엔 수십개의 유리 파편들이 박혔다. 얼굴은 피로 물들어 보기 조차 흉칙할 정도였다. 무릎도 인대 타박으로 한달여 동안 보조기로 고정하고 목발은 거의 두달 이상을 하고 다녔다.  나는 오른쪽 쇄골이 골절됐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나는 너무아파 숨쉬기 조차 어려웠다. 숨이 잘 안 쉬어져 죽을것만 같았다.  119에 의해 응급실로 실려간 남편과 나는 응급처치를 하고 아침이 되서야 병실로 옮길수 있었다. 나는 510호,남편은509호에,,, 나의 어깨엔 보조기구가 채워졌다. 꼼짝 달싹도 못하고 누워만 있어야 했다. 정신이 조금 나고서야 병원이구나 생각했다. 누구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하나?그래  어머님께 연락하면 놀라실꺼야,,,평택에 살고 있는 막내 시누이한테 연락을 했다. 막내 시누이는 금새 달려 왔다. 그 사이 어머님께서도 오셨다. 막내 시누이가 전화를 드린 모양이다. 어머님께서는3년전에 위암 수술을 하시어 몸이 아직도 건강치 못하신 편이다. 놀라고 또 놀란 얼굴들로 병실에 오셨다. 순간,,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어머님께서는 천지신명이 도우셨다며 우리를 위로 하신다. 막내 주연이는 어린이집도 못간채 할머니와 함께왔다. 주연이가 놀라서 나를 붙들고 많이 아프냐며 울었다. 우는 주연이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조금 있으니 큰 시누이께서는 아예 짐 봇따리를 챙겨 오셨다. 간호 하러 오셨단다. 병원 작은 침대에서 연세 많은 시누이는 쪽 잠을 주무신다. 내 병실과 남편 병실을 오가며 20여일을 간호를 해 주신다. 너무도 고맙고 죄송해서 뭐라고 말로 표현할수가 없다. 그렇게 어머님과 주연이는 하루에 한번식 병원에 오셨다 가신다. 여고1학년인 정연이는 눈물만 뚝뚝 떨어뜨린다. 작은 가슴이 얼마나 놀랬을까???한참 예민한 아이인데,,,시험 기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남편과 나의 사고가 이만한 것에 저절로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그렇게 여름날의 두달여 동안의 병원생활은 지나가고 있었다. 창가의 봉우리 맺혔던 꽃이 다 피어 잎파리들이 떨어질때 즈음에 우린 집에 올수 있었다. 1년이 지나고 있도록 다쳤던 부위들은 지금도 가끔 쿡쿡 아픈것이 깜짝 놀라게 한다. 삶이,,살아 있다는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것인가??순간 잘못된 사고로 이어질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큰 한숨이 나온다. 어머님의 정성과 큰 시누님의 간호로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돈독하고 진한 가족애를 다시한번 느끼고 간직하게 되었다. 이렇게 드높고 맑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볼수있으니,,난 정말 행복하다. 가족과 함께 할수 있으니,,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올해도 봉숭아물을 들일수 있으니 더 이세상이 소중하다. 그래,,이 세상은 충분히 살아갈 가치가 있는거다!!!!

출처 : 사)한국연예예술인협회 아산지부
글쓴이 : 박 미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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