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 결과, 특정학교 쏠림현상 두드러져
성적상위 1명도 지원하지 않은 학교도 있어
천안 고교평준화 시행을 앞두고 특정 학교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달 30일 충남도교육청이 내년 천안 고교평준화 시행에 앞서 학교 배정방식을 확정해 발표했다.
도교육청은 이날 학생․학부모․교원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지망순위 무제한 배정'방법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1안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희망학교 배정방법을 도입할 경우 평준화 대상 12개 학교 중 특정 학교에 성적 상위 학생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달 30일 전석진 충남도교육청 교육과정과장이 학교배정방식 확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희망학교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평준화 대상학교에 진학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 수는 총 5170명이다.
이중 성적상위 450명 중 357명(79%)이 5개 학교를 1지망으로 선택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쏠린 8번 학교는 여자 고등학교임에도 총 119명(26%)이 선호했다.
남자 고등학교인 11번 학교에는 87명이 몰려 8번 학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2번 학교는 성적상위 학생 중 단 1명도 선택하지 않았다.
성적 중상위 학생(1351명)까지 포함하면 이 같은 학교 쏠림 현상은 더욱 선명해 진다. 이 같은 분석 결과가 나오자 “무늬만 평준화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안 고교평준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학교별 성적균등배정’ 방법을 주장했던 한태선(새정치민주연합 충남도당 정책위원장)씨는 “한 동안 학교 쏠림 현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과 학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희망학교 우선 배정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도교육청 설문조사를 보면 학교 선택 기준을 묻는 질문이 나온다. 그러나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누구라도 희망하는 학교를 가고 싶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학교 쏠림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답한 학부모와 학생이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다.”
학교별 성적 균등 방법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 쏠림현상이 불 보듯 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자료를 직접 분석해 본 결과 쏠림 현상이 생각 보다 심각했다. 분석 결과만 놓고 보면 상위 몇 개 학교를 뺀 나머지 학교만 평준화하는 셈이다. 성적 등급 별로 희망학교를 선택하도록 하고 이를 고르게 배정하는 것이 고교평준화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미 학교배정 방법은 확정됐는데, 대안이 있나?
“희망학교 선호도를 1안으로 분석해 보면, 대략 1지망에서 79%, 3지망까지 가면 88% 정도 수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2안(학교별 성적균등)으로도 분석해 봤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도교육청이 이를 시도해 보지 않은 게 아쉽다. 이유야 어찌됐던 학교 배정방식이 확정된 만큼, 도교육청과 학교는 쏠림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학교별 특성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전석진 충남도교육청 교육과정과장은 “학교 쏠림현상이 예상되지만 타 시‧도 사례를 보면 1, 2년 지나면 불만이 감소했다”며 “학교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도교육청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