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애꾸눈, 외다리에 난쟁이인 임금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은 그 나라에서 제일가는 화가를 불러 자기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화가는 왕의 의중을 헤아린답시고 다리 둘에 똑바로 두 눈을 뜬, 보통 키의 초상화를 그렸다. 왕은 이를 보고 우롱당한 듯한 느낌이 들어 그 화가의 목을 베었다.
그 다음에 불려온 화가는 이 소문을 들은지라 사실 그대로 그렸다. 이번에도 왕은 모욕감을 느껴 화가의 목을 베었다.
세 번째로 불려온 화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나갈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오랜 생각 끝에 말을 타고 총을 겨누어 사냥하는 모습을 그렸다.
다리 하나는 말의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고,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눈 하나는 감을 수 밖에 없으며, 허리를 굽힌 채 말을 타고 있기 때문에 난쟁이도 자연스럽게 정상인처럼 보였던 것이다.
왕은 이 그림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첫 번째 화가는 실제 모습과 다르게 그려 아부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두 번째 화가는 사실대로 그려 왕의 아픈 마음을 건드리는 바람에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세 번째 화가의 지혜는 앞의 두 화가의 죽음을 보고 짜낸 것이다.
그는 두 화가에게 없는 '진실'과 '자비'를 함께 드러내는 지혜로 목숨도 건지고 그림도 성공시킨 것이다.
권력자에 대한 처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예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늘 상대방도 살고 나도 사는 공생의 방법을 찾아내는 노력이 지혜를 발견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